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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원내대표는 8일 올해 편성된 국회 특수활동비는 예정대로 집행하되 사용 뒤엔 반드시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남기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는 데 합의했다. 내년부터는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에서 특활비 개선책이 정해지는 대로 적용키로 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일반예산으로 돌려 양성화한다는 게 큰 얼개다. 진작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당연한 조치다.

이런 개선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국회에 특활비가 필요하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특활비는 공개를 넘어 폐지하라는 것이 시민의 뜻이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받았던 특활비를 반납하고 특활비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로는 처음으로 특활비 수령 거부와 반납을 선언했다. 두 당은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입버릇처럼 ‘특권 내려놓기’를 말하면서도 단맛에 익숙해진 습성은 고치기 어려운 모양이다.

게다가 국회 사무처는 20대 국회 전반기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취임 간담회에서 “특활비를 과감히 없애거나 줄이고 투명화할 것”이라고 했다. 공개 판결에 불복하는 건 투명화 공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번에도 항소한들 결론은 뻔한데 왜 또 시간끌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라면 옹졸하기 짝이 없다.

규모로 따지면 연간 60억원 수준인 국회 특활비는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 등 다른 권력기관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행정 부처는 지난 10년간 특활비로 4조원 가까운 엄청난 돈을 법적 근거 없이 사용했다. 정부는 특활비가 도마에 오르자 올해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각 부처 특활비를 지난해보다 17.9% 줄어든 3289억원으로 책정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취지에서 벗어난 특활비 예산을 모두 없애고 필요하다면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활동비로 전환해야 한다. 순기능이 있다 해도 더 이상 ‘눈먼 돈’으로 놔둬선 안된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   

일이 터질 때마다 특활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매번 고치는 시늉에 그치고 말았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 전달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이제 대통령을 필두로 공직사회는 더 투명하고 깨끗해져야 한다. 비록 등 떠밀려 내놓은 개선책이지만 국회가 먼저 특활비 투명화에 앞장섰다. 이는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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