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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다. 문 대통령은 “그간의 금융산업의 시장구조는 일부가 과점적인 이익을 누리고 혁신적인 참가자들의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핀테크 산업 발전상에 대한 경험담까지 보태면서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견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의 금융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시도’라거나 ‘대선공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먼저 은행산업의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지금 정상적이고,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가. 현재의 은행은 은산분리라는 보호망 안에서 각종 혜택과 기득권을 향유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후생은 외면하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에는 싼 이자, 대출에는 비싼 이자를 받으면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뿐인가. 정작 일자리는 줄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금융소비자들의 후생은 줄고 금융산업도 후퇴할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은행은 2014년 도입돼 출발은 한국과 비슷했으나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다. 한국은 은산분리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 확충이 어려워 혁신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기존 은행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전·후방의 고용효과를 유발하고 핀테크 등 연관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규제완화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과거의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진 규제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긴요하고 정당성을 인정받던 것들이지만 환경변화와 기술진보에 따라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규제에 대한 옥석 구분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됐을 때 초래할 위험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몇 해 전 발생한 동양증권 사태가 대표적이다. 규모가 작은 증권사였기에 망정이지 은행이었다면 더 큰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다. 시민단체가 말하는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도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은행산업의 문제를 확인했는데 눈감는 것은 더욱 무책임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은산분리의 대원칙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절대로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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