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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군가를 새로 만들 때 ‘사나이’처럼 성차별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군이 1만명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 성중립적인 표현을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군도 이미 2008년 군가에서 ‘남자들’은 ‘장병들’로, ‘우리 아들들’은 ‘부대’로 고친 바 있다. 국방부가 양성평등이라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군내 양성평등은 용어 변경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국방부가 여군을 상대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를 근절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실 그동안 남성 상급자에 의한 여군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이 빈발했다. 국방부는 성군기 문란 행위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천명했지만, 물리적 수단만으로는 그런 고질적 병폐를 근절하기 어렵다. 어제도 육군 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고 육군이 발표했다. 이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병영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군내 성차별과 성추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웅변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성 구별 없이 동료 군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정신혁명이 필요하다.

육군 특전사령부 장병들이 8일 강원 황병산 일원에서 체감온도 영하 30도 이하의 날씨 속에 상의를 벗고 구보를 마친 뒤 눈을 뿌리며 추위 극복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국방부는 또 장병교육용 교재에서 ‘민족’ ‘겨레’라는 표현을 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다문화 가정 출신 장병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 민족·겨레와 같은 혈통주의적 용어 대신 ‘국가’ ‘국민’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에 국방부가 긍정적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한국이 다양한 배경의 문화를 포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민족 용어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현상이다.

사실 국방부만이 아니라 통일부도 민족이란 용어를 종종 사용해왔다. 통일부는 지난 19일 대통령에 대한 통일준비 업무보고에서 “통일준비가… 민족문화를 융합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통일부는 민족통일이나 민족 화해라는 말도 자주 사용했다. 북한과의 동질성을 강조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은 민족의 복원이라는 협소한 굴레를 벗어나 ‘다원주의적 시민’의 상호 연대와 그 연대를 통한 시민 공동체 형성이라는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는 것이어야 한다. 통일은 다원주의적 가치를 수용하는 시민의 확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국민보다 시민 개념이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바라건대 이런 논의가 국방부 차원에 머물지 않고 범정부 차원으로 확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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