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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4일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경기장 내 반입을 허용키로 했다. 조직위는 앞서 욱일기를 떠올리는 패럴림픽 메달을 공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올림픽 경기장 곳곳에 욱일기가 휘날리고, 욱일기가 그려진 메달을 수여하는 장면을 일본이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한국·중국 등 태평양전쟁과 강제식민 피해를 입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올림픽 경기장을 욱일기로 채우겠다니, 일본은 진정 ‘정상 국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9월 5일 (출처:경향신문DB)

욱일기(욱일승천기)에는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의미가 있다. 일본 황실의 조상신인 ‘해의 여신’과 뜻이 맞닿아 있다. 2차 세계대전 등 침략전쟁 때마다 일본 ‘황군’이 최전면에 내세웠던 전범기다.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인 것이다. 이를 일본이 모를 리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욱일기 사용 자제를 자국 관광객 안전수칙에 넣었던 것이 일본 정부다. 그런데도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이를 허용한 것은 지구촌 축제의 장을 ‘군국주의 부활을 위한 선전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전쟁 전의 일본을 꿈꾸며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인 ‘아베 신조의 일본’이 황실숭배 제국주의를 소환해 자국민의 민족주의를 일깨우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는 엄연한 올림픽정신의 위반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 행위와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IOC는 과거와 같이 욱일기 사용을 방관, 스스로 규정을 위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욱일기 응원과 욱일기 메달 수여를 허용할 경우 ‘수상 거부’ ‘관중 충돌’ 등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헛된 욕망을 국제사회가 용인하는 꼴이 된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인 양 표기한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축구대표팀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를 정치적 표현으로 지적한 것이 바로 IOC다. 정부와 국회도 욱일기 사용 금지 촉구를 넘어 국제사회와 연대해 욱일기 사용을 막아야 한다. 

일본은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길 바란다. 욱일기 사용은 과거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더없는 상처와 고통만 줄 뿐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피폭 우려부터 해소하는 것이 지금 일본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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