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년 9월의 대한민국은 참담하다. 경제 위기감과 일본의 망언·망동, 무능한 정치권 등으로 국민 마음은 편치 않다. ‘조국 사태’는 국민을 둘로 갈라놓았다. 어떤 이는 조국 법무장관 가족비리 의혹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또 어떤 이는 검찰의 ‘과도한 수사’에 절망하고 ‘검찰개혁’을 절규한다. 극과 극의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국민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9일 아침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의 시즌 최종전 승리 소식이 전해졌다. 14승과 함께 그는 아시아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라는 새 역사를 썼다. 그뿐이 아니다. 9이닝당 볼넷이 평균 1.18개로 1위, 이닝당 투구수 14.81개로 2위 등 ‘류현진’이라는 이름 석자를 메이저리그 투수성적표 상단에 줄줄이 올려놓았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원정 샌프란시스코전 5회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뭐 하나 즐거울 것이 없는 요즘, ‘류현진’은 늘 답답함을 달래주는 ‘청량제’였다. 개막 이후 185일간 네이버·카카오 등 양대포털을 장식한 류현진 관련기사는 6만여건에 달했고, 동영상도 수만건이 쏟아졌다. 그때마다 그의 승리 소식, 역투 장면을 보고 또 본 국민은 한둘이 아니다.

‘류현진 야구’에는 ‘교훈’이 있다. 허구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제 말하지만 8월1일 콜로라도전을 앞두고 류현진은 허리 통증을 느꼈다. 콜로라도는 그전에 7실점의 아픈 기억을 준 팀이다. 몸 상태를 앞세워 비켜갈 수도 있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비겁하다”는 비난이 듣기 싫어 예정된 경기에 나섰고 6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이날의 ‘무리’가 이후 애틀랜타-뉴욕-애리조나로 이어진 3경기 18자책점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는 신인포수 윌 스미스와 호흡을 맞추면서 유독 실점이 많았지만 스미스 탓도 하지 않았다. 이날도 평균자책점 1위 수성을 위해 굳이 7이닝을 던질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당당하게 선발투수 임무를 마쳤다. 허구연 위원은 “그의 승리는 위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개인성적보다 공정한 싸움을 즐겼고, 결과에 대해 결코 남 탓을 하지 않는 류현진의 야구를 우리 사회와 정치권은 배워야 한다”고 했다. 류현진이 곧 가을야구에 나선다. ‘행복은 감염된다’고 한다. 그가 또다시 전해줄 ‘국민 행복 바이러스’에 벌써부터 감염되고 싶다.

<김종훈 논설위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