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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과제로 제시된 ‘군 사법제도 개편’과 ‘국방 옴부즈만 제도 도입’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그제 국회 군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국회 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50개 혁신과제 중 이 2개 과제를 포함한 9개
과제를 ‘장기 추진 과제’로 분류해 보고한 것이다. 이 2개 과제는 국방부가 운영한 민관군 혁신위원회와 국회 특위가 공통으로
제안한 핵심 개혁안이다. 군이 자정과 쇄신의 기회를 안보 상황과 특수성을 핑계로 포기하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현재 군사법원은 해당 부대 지휘관의 지휘·감독을 받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 특위가 군사법제도
개편을 제안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윤 일병 사망사건 재판부도 초기부터 살인의 고의로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드러났음에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가 비판 여론이 들끓자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 밖에도 축소·은폐지향적 군 문화의 폐해 사례는 숱하다.
사법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군에서 인권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국방부는 현 안보 상황에서 지휘권 보장 등을 위해 군사법원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내 인권 문제는 국방전력 공백을 가져올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군이 주장하는 지휘권의 실효적 보장 차원에서라도 군
사법제도 개편은 필요하다.
설을 1주일 앞둔 12일 강원도 양구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소초에서 복무 중인 쌍둥이 형제 박재규(왼쪽)·해규 일병이 어머니의 영상편지를 확인하고 있다. _ 연합뉴스
국방부 밖에 인권보호관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방 옴부즈만 제도 문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군은 군사보안 보호와 지휘권 보장을 위해
국방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군 특유의 수직적 업무체계가 작동하는 국방부 안에 설치된 인권보호관이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동안 군이 수용 의사를 밝힌 개혁안들은 대체로 대증적 처방이거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
터에 두 가지 핵심 과제마저 외면한다면 이번 개혁 작업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군은 이번 병영문화 혁신 논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군내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고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개혁의 목소리가 분출된 것이다. 국방부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국회 특위의 활동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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