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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초병 근무지 무단이탈 사건은 ‘도 넘은 군 기강 해이’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14일 국방부 등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초병이 근무지를 벗어난 뒤 복귀 중 경계병과 마주치자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건 발생 9일 만에 해당 병사는 검거됐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장병에서 군 수뇌부까지 군 기강의 해이가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병사는 “음료수를 사러 자판기 있는 곳에 다녀오겠다”며 소총을 초소에 내려놓고 200m 떨어진 건물로 이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탄약창고 근처에서 경계병과 마주치자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했다. 경계를 서던 병사가 총기를 놔두고 근무지를 이탈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발생 장소가 해군의 지휘본부인 함대사령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군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병사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했다. 그러나 이 사실은 헌병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군 수사당국은 허위 자수 관련 강요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해군참모총장은 이 사실을 알고도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을 제보받아 폭로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합참의장이 (자신의) 전화를 받고서야 관련 내용을 알았다”고 했다. 군 보고체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목선을 해경정이 지난달 15일 예인해 가는 장면이다. 독자 제공

이번 사건은 심각한 군 기강 해이가 드러난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이 벌어진 지 채 한 달도 안돼 발생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전군에 ‘완벽한 대비태세’를 주문했다. 그러나 흐트러진 군 기강은 달라진 게 없다. 지난 12일에는 고성 해안 30m까지 북한의 목선이 올 때까지 군은 발견하지 못했다. 군 기강이 이 지경인데도 책임지는 군 수뇌부는 보이지 않는다.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추궁을 통해 문란해진 군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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