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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의 파고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이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어떤 형태의 회담에도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황 대표는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회담이라도 수용하겠다”고 회담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줄곧 ‘일대일’ 회동만을 고집하고, 특히 지난주까지도 일본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담을 ‘들러리 세우기’라며 거부하던 황 대표가 뒤늦게나마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정부 대응의 허물을 따지는 데만 골몰하던 정략적 태도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 것은 실로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을 두고 “여러 차례 전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에도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앞서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다루기 위한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한 터여서 구체적인 의제 등만 조율되면 청와대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터무니없는 보복 조치가 야기한 위기상황이 등떠민 측면이 있지만,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무려 1년4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이토록 어렵게, 오랜만에 열린다는 것 자체가 ‘나쁜 정치’의 극단을 드러내는 일이다. 혹여 이번에도 지엽적인 문제로 기싸움을 벌이다 물실호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태의 위중함을 직시한다면 청와대와 여당의 대승적 접근이 절실하고, 한국당도 황교안 대표의 다짐대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 난국을 타개하기를 바라는 마음밖에 없다”는 것을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치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비상하다.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를 공식화하는 지경에 이른 일본의 공세는 경제적 타격은 물론 한·일관계, 나아가 동북아 안보질서를 뿌리째 위협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나 국회의 대응은 치밀하고도 의연해야 하며, 특히 초당적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긴요하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에서조차 정략적 이해에 매몰되어 협력하지 못한다면 정치권의 존재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가 ‘일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울림 있는 메시지가 된다. 여야 지도자가 한목소리로 일본의 졸렬한 경제보복을 비판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실효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마주 앉아 초당적 대처에 뜻을 모으는 광경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 자체로도 불안과 위기감이 커지는 국민에게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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