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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은 물론 삼성그룹 행사에 참석한 것도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만남은 문 대통령이 전략시장인 인도를 국빈방문하는 와중에 현지에 진출한 삼성이 행사를 열면서 이뤄졌다.

대통령이 경제의 핵심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인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답보상태인 일자리 확충과 소득격차 해소,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정부가 대기업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는 것도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현대자동차 공장 방문 때 정의선 부회장의 안내를 받았고, 올 2월 한화큐셀 방문 때는 김승연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정책기조점검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해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재용 부회장 등과 함께 테이프 커팅에 앞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부회장, 강경화 외교·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모디 총리. 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만남이 정부의 정체성이나 경제정책 기본방향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만남이 경제정책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아 대기업 관련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더군다나 최근 청와대가 정통 관료 출신인 윤종원씨를 경제수석에, 정무적 감각이 높은 정태호씨를 일자리 수석에 앉히면서 소득주도 성장 기조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 터다.

특히 지금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혐의로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 부회장이 대법원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공작 수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만남이 자칫 대법원과 검찰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된다.

정부는 대기업을 적으로 봐서도 안되지만 대기업에 의존하려는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해서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태 등에서 불거진 ‘갑질’ 논란 등 재벌의 폐해가 무시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가 삼성의 영향력을 끊지 못한 것이 경제개혁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는 해석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지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독대’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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