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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후 이례적으로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대로라면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은 미국 영토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북한이 파국을 향해 한발 더 내디딘 격이다.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세계 평화에 도전하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는 ‘올해 안 6차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시도’라는 스스로의 공언을 6개월여 만에 실행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기술력을 완성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은 결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6차 핵실험 및 ICBM 발사는 일종의 한계선(레드라인)이다. 북한이 이를 넘어설 경우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높인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형성돼 있다. 북한은 ICBM 발사로 체제의 성공이 아니라 체제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조선중앙TV가 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 준비에 들어간 ‘화성-14형’을 지켜보고 있다(왼쪽 사진 원 안). 발사 직후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대화를 통한 북핵 접근 방식에 공감한 직후 이뤄졌다. 세계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이틀여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웃는 낯에 침을 뱉은 격이다. 물론 북한이 이런 시기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날짜나 국제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준비해온 대로 미사일 발사 기술을 시험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유화적 자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각한 도발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이 끝내 벌주를 마시겠다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북한은 4일 오후 예고한 ‘중대발표’ 를 통해 ‘대륙간 탄도 로케트 화성14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 됐다"고 밝혔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북한은 어제 대남 기구와 매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외세의존정책을 민족우선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며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야말로 한반도에 외세의 개입을 부르는 행동이다. 오히려 북한이 이를 중단할 경우 한반도 문제를 남북 주도로 논의하는 무대가 열릴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라고 말만 할 뿐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미국, 중국과 공조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미국 등 관련국들이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군사적으로 푸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대규모 인명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당장은 북한의 도발에 상응한 제재와 압박 기조를 피할 수 없지만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를 관리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조성의 과정이므로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책임이 크다. 북한 핵·미사일을 막겠다며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내놓았지만 압박만 했을 뿐 관여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관여 카드를 꺼내야 한다. 북한이 더 이상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하기 전에 직간접 대화 등 모든 관여 수단을 동원해 문제 해결 노력에 최대한 나서야 한다. 북한이 최후의 담판 상대로 여기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이 움직이면 북한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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