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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차기 대법원장에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 지명자는 법관 독립에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대법원장은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으로 국가 의전 서열 3위이다. 대법관 제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지명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들의 수장으로, 대법관 13명과 함께 최고·최종심 법원인 대법원의 재판도 맡는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1일 오후 강원 춘천지방법원 법정에서 취재진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은 다수결이나 힘의 논리에 구애받지 말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사법부에 맡겼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나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과 달리 대법원장이나 법관을 투표로 뽑지 않는 이유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므로 사법부는 시민에 더 겸허해야 한다. 그러나 현 양승태 사법부는 모든 면에서 미흡했다. 재벌에는 관용을 베풀고, 정권 실력자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약자에게는 가차 없이 유죄를 선고하고, 지체된 판결 등으로 과거사 피해자들에게는 고통을 안겼다. 사법부의 생명인 재판의 독립성도 훼손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판사를 통제하고, 판사 학술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다 들통났다.

김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임기 6년의 대법원장에 정식 취임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이후에도 1년 이상 대법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김 지명자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사법 신뢰도를 끌어올릴 준비와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사법부의 신뢰 하락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위기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법원행정처의 축소·폐지가 필요하다. 판사들 회의가 잇따르고 현직 판사가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사법부 내부에서도 자성과 개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김 지명자는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13년 아래이고, 대법관 경험 없이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 법관’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지명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구현할 수 있는 사법개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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