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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에는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이 32곳으로 늘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경기, 강원, 대전, 경북, 광주 등 사실상 전국에 걸쳐 있다. 특히 살충제나 농약이 검출된 친환경 산란계 농장은 63곳에 달한다. 일반 계란보다 2배가량 비싼 친환경 인증 계란을 구입해왔던 소비자들로선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살충제 계란’이 ‘친환경 계란’으로 둔갑할 수 있었던 것은 허술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 탓이 크다. 국내에서 친환경 인증 업무는 64개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부실인증 건수가 2730건에 달하고, 인증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셀프인증’을 하는 사례도 빈발했다.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주는 인증업체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인증서가 남발되다 보니 산란계 농가의 53%인 780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어제 친환경 인증기관을 통폐합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부른 주범으로 꼽히는 공장식 밀집사육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4월 가축사육 환경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닭 한 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을 A4 용지보다 좁은 배터리 케이지당 0.05㎡(25×20㎝)에서 0.075㎡로 넓히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기존 농가 적용을 10년간 유예했다. 관련 법 개정은 논의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밀집사육이 아닌 방사를 하면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없다. 닭이 ‘흙목욕’으로 진드기를 떼어내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가는 배터리 케이지를 없애면 계란 출하량이 8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유럽연합은 2003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금지했다.

농축산물 관리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계란 생산 단계는 농식품부, 유통과 소비 단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할하는 이원적인 체계로는 검사와 식품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살충제 계란 사태 초기부터 두 부처가 엇박자 대응으로 혼선을 빚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는 식품안전과 동물복지를 위해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친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각종 괴담에 휘둘리는 과민반응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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