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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에 즈음해 그동안 국정운영을 시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국민인수위원들이 직접 시민들로부터 받은 의견을 토대로 국정 방향에 대해 질문했고,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대답했다. 토크쇼 형식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 후반부에 문 대통령이 나와 국정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주요 부처 장관들이 국민인수위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은 나름 새롭고 신선한 소통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내용과 형식에서 결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우선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안보 위기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원전, 살충제 계란 대책 등이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일방적 국정 홍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켜보기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 장관, 수석들의 답변도 충실하지 않았고 알맹이가 없었다. 방송사들이 휴일 황금시간대에 일제히 생중계한 것이 무색했다. 도리어 시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국정운영 실태를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 한 사람의 인기에 의존하는 국정이 되다 보니 국정 보고대회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대통령 홍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새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열린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이면 누구나 감동을 주는 국정을 원한다. 하지만 그 감동은 일방적 홍보가 아니라, 국정 수행의 성과를 통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 홀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듯한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행정명령이 아닌 입법을 통한 제도화된 국정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국정에 가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대의제를 보완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합당하다. 내각을 중심으로 국정을 집행하고, 여당을 통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국정운영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내각과 더불어민주당은 존재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문 대통령은, 내각이 유능하고 집권당이 정치역량을 갖췄다고 믿는다면 그에 합당한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특히 국정의 한 축인 민주당은 야당과 협상하고 국회를 이끌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는 단순히 청와대의 지침을 전달받아 집행하는 방식으로는 완수할 수 없는, 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에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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