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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재 19세로 돼 있는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권이 보복정치와 관제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시종 현 정부와 정책을 맹렬히 비판하면서도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선거연령 하향과 사회적 평등권 확대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대신 취학 시기를 7세로 한 살 앞당기자는 조건부여서 유감스럽지만 18세 투표권 부여에 찬성한 것 자체가 진전된 입장이다. 선거연령을 낮추겠다는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어야 하는 논거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선거연령을 19세로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18세는 취업·결혼이 가능하며 병역과 납세 의무도 지는 연령이다. 이들의 정치적 입장 표명은 미래세대의 의견을 반영하는 의미에서도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100세 노인의 경험은 인정하면서 고3 학생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교를 졸업하기만 하면 갑자기 민주시민이 되는 게 아닌 만큼 이들의 투표권 행사는 시민교육의 과정이기도 하다. 김 원내대표가 견해를 바꾸어 선거연령 낮추기에 찬성한 것도 이런 흐름과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 의원들은 그제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연령을 낮추는 데 반대했다. 고3 교실이 정치화한다는 철 지난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1월 관련 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가 막판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연령 18세 하향에 찬성한다면 즉시 당론을 모아 이를 관철해야 한다.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시행하면 된다. 학제 개편을 전제로 선거연령을 낮추겠다는 김 원내대표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 한국의 고3 18세들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로 모자라다는 얘긴데 심각한 모독이다. 선거연령 하향은 권력구조나 선거구제와도 별개의 사안이다. 한국당이나 김 원내대표는 젊은이들을 배려하는 것처럼 시늉하려고 선거연령 하향을 논의하겠다는 심산이라면 당장 접는 게 낫다. 이번에도 선거연령을 갖고 장난친다면 한국당은 미래의 유권자들로부터 영영 외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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