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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철회를 계기로 ‘코피(bloody nose) 전략’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핵시설 등을 제한적으로 정밀 타격하되 동시에 항공모함 같은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집결시켜 ‘북한이 보복하면 완전히 섬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북한의 대응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주먹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한 방 쳐 코피를 터뜨리면 전의를 상실할 것이라는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빅터 차 석좌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구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우려를 표명했다가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신보도들을 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담당자들이 빅터 차 석좌에게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대피를 도울 준비가 돼 있는지를 질의하자 그가 군사공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터 차는 북한은 반드시 보복할 것이어서 엄청난 재앙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빅터 차는 워싱턴포스트 지난달 30일자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대북 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을 지연시킬 뿐 위협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알려진 것 이상으로 대북 군사공격을 검토해 왔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북 강경파로 손꼽히는 빅터 차도 반대할 정도로 무모한 전략이 미국 수뇌부에서 논의돼 온 것이다. 제한적 정밀 타격인 ‘코피 전략’은 북핵 시설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일시적으로 핵개발을 막을 수 있다 해도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침략을 막는 길은 핵무장뿐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해 핵무장을 더욱 촉진하는 효과를 낸다.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겁을 먹고 얌전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희망적 사고일 뿐이다. 한반도 전역을 불구덩이로 몰아넣을 전면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동맹국인 한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도박을 미국이 구상해 왔다는 점은 섬뜩하다.

한국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대화보다는 군사모험주의에 경도돼 있다. 미국 고위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보면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다. 이 엄중한 시기에 주한 미국대사라는 한·미 간 핵심 소통채널의 단절도 방치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설마 코피 전략이 미국의 안보를 더 크게 위협하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코피 전략을 즉각 폐기하고 대화를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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