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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 세부조치로 북한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또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처음 육성으로 ‘비핵화’를 확약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육성이 갖는 권위와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만큼 확고한 비핵화 의지도 드물 터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한반도 전역의 전쟁 위험 해소 등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한 것에 비하면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은 한발 더 들어가 실질적인 세부조치를 담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북·미 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핵화 방안을 남북이 처음으로 합의한 것도 의미가 크다.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비핵화를 공식 의제로 삼고 실천 방안까지 도출함으로써 남북대화가 북·미관계를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평가해도 어색하지 않다.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폐기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거쳐야 할 국제사회의 검증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핵시설이 아닌 운반체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향후 북·미 협상이 진전될 경우 핵시설 검증도 수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조치에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협상 과정에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북한이 조건 없이 나서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국과의 협상에서나 사용할 카드를 남북대화에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두 정상이) 공동선언 내용 외에도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번에 공개된 것 외에 비핵화 조치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두 정상이 이틀간에 걸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북·미대화에 탄력을 부여할 다양한 방안을 깊숙이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약속도 비핵화와 관련지어 비상하게 음미해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비핵화와 별개로 생각하기 어렵다.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 현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서울을 방문하기 전까지 비핵화와 관련한 신뢰를 쌓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서울방문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그렇게 하겠다는 각오를 비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강력한 비핵화 실천 의지를 밝힘으로써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매우 흥분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조치 용의를 분명히 밝힌 점,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약한 것을 미국이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석달간 멈춰 있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움직이는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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