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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기업 주요 인사들이 동행했다. 의미가 크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주는 메시지다. 한국이 북한 경제를 진심으로 도울 것이라는 의지를 직접 보였다. 동시에 대기업 경영자도 북한 지도부를 만나 핵문제 해결 의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또 북한 경제를 현지에서 파악하는 중요한 기회다.

그런데 대북 제재가 있어 남북경협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대북 제재와 조화를 이루는 남북경협은 가능하다. 제재만으로는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남북경협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재 속에서 최상의 남북경협 모델을 찾아야 한다. 

먼저, 유엔 제재가 북한에서 일체의 경제활동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 지금 평양에선 제13회 가을 평양 국제무역전이 열리고 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참여했다.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에서 일체 사업이 안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평양에서 북한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제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금지한다. 그리고 북한에서의 외국 은행 영업을 금지한다. 그러나 북한의 ‘발전’을 위한 도로·철도 건설은 금지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 산업인 농업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 환경 보존을 위한 산림녹화 사업도 허용한다.

미국의 단독 제재에선 어떤가? 최근 북한산 석탄이 밀수된 사건에서 크게 염려했던 것이 한국의 은행이 관련되었나 하는 점이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선, 은행이 북한산 석탄 거래인지 알고도 고의로 신용장 개설이나 국제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국제 금융망에서 사실상 퇴출될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미국의 단독 제재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서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민간이 산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제재 대상이다. 미국 제재에서도 미국 정부의 공공정책은 일반적 허가 사항으로 승인해 놓았다.

대북 제재에서도 남북경협은 가능하다. 제재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남북경협 모델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밀접하게 연계하여 북한의 주요 거점을 발전시키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 지역개발 모델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참여정부 시기에 북한의 북고성과 개성시 일대에서 진행한 농업개발 협력 사업을 뿌리로 한다. 당시 통일농수산사업단(이태헌 사무총장)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한 이 남북경협은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공공기관과 40개의 민간회사들이 함께했다. 사업은 식량 증산, 영농기반 확충, 농업기술 협력, 지역 소득원 개발의 네 가지 영역으로 진행했다. 그 백미가 2007년에 진행한 개성시 송도리 협동농장 관리위원회와의 협력사업이었다. 당시 벼 생산량이 ㏊당 2t에 못 미치던 것을 5t까지 끌어 올렸다. 송도리 협동농장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그 성공은 인근 협동농장에도 알려졌고, 추가 협력을 요청받았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동쪽으로는 고성군, 서쪽으로는 개성과 해주 지역을 연결하는 남북 농업협력 벨트를 추진하는 결실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참여정부의 북한 지역 개발 모델을 현대화해서 계승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새 남북경협 모델은 북한의 산업화 전망과 함께 간다. 도로와 철도가 새로 나는 북한 지역에 새로운 거점도시가 생긴다. 신도시의 지속가능한 삶의 질을 보장하도록 배후지 농촌이 함께 발전한다. 동시에 산림에서도 큰 산 중심이 아니라, 생활권 중심의 산림녹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현재 북한의 농업 인구는 800만명이지만 북한의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북한의 농촌에서 대량의 노동력이 도시로 이주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하여 100만명의 근로자 공단으로 발전할 때, 지역 농업이 그들을 먹일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구조 개선이 따라야 한다.

새 남북경협 모델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야심차게 발표한 중앙급 특구와 지방급 개발구 개발을 실현하는 의미가 크다. 지속가능한 북한 발전과 잘 맞는다.

정부 주도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결합한 북한 지역개발 모델은 대북 제재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인프라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농업은 급속한 산업화를 감당할 구조 개선을 이룩할 거다. 지역 거점도시에 사는 주민의 삶의 질은 높아질 거다. 대북 제재가 있어 남북경협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틀렸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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