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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와 관련해 2021년 1월 북한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이른 시일 안에 북·미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자고 전격 제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평양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면서 “미국은 북·미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리용호 외무상을 다음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고 밝혔다. 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속히 만날 것을 북한에 요청했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빈과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동시 협상을 벌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적극 평가하면서 즉각적인 북·미 협상 재개 방침을 제시한 것을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백두산 천지 앞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정상회담 당일까지도 대북 제재 이행을 외치며 대북 압박에 나서던 미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평가한 결과이다. 나아가 모종의 비핵화 추가 계획을 전달받았고, 그 내용이 전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폼페이오는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IAEA 사찰단 참관’이란 표현은 평양공동선언에도, 공동 기자회견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이 줄곧 강조해온 검증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북한이 남한 측 혹은 별도 채널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성립한다. ‘영변의 모든 시설’은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흑연감속로와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을 가리킨다. 북핵 생산시설을 국제사회의 검증하에 영구 폐기하겠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력히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이 결단하고, 그 진정성을 미국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또다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폼페이오 성명은 시사하고 있다.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노심초사해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빈 채널’에 대해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비핵화 과정을 통해 북·미관계를 변화시키는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1월은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대북특사단에 제시한 ‘트럼프 임기 내’라는 비핵화 시간표와 일치한다. 이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물밑조율 과정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한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과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완결짓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라도 미국은 협상에 집중력을 발휘할 것이고, 이는 협상 전체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나선 북·미가 이번에야말로 25년간의 협상 실패 역사를 떨치고 한반도 정세 대전환을 이뤄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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