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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당 추천이 아닌 무소속이다. 34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은 각 당의 후보가 속속 확정되면서 야권 3명, 구여권 2명의 5자 구도로 짜여졌다. 김 전 대표가 정말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의 출마는 현재의 다자 구도를 흔들어 판을 새롭게 짜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보겠다는 전략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통합정부로 위기를 돌파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정파와 인물을 아우르는 최고 조정자로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겠다”고 했다. 스스로도 ‘조정자’ 역할을 밝힌 것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그동안 김 전 대표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가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반문연대’ 군불을 때왔던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는 대선 출마선언문에서도 “위기에 처한 국가는 아무나 경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스리)D 프린터를 3(삼)D 프린터로 읽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 후보가 최근 행사에서 원고를 잘못 읽은 대목을 끄집어낸 것이다. 이외에도 그의 출마 선언문은 특정인에 대한 비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면서 통합·조정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하니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이러니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반문연대 불쏘시개로 나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정운찬 전 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만나 보수·중도세력이 권력을 분점하는 통합정부 구성을 논의한 바 있다. ‘반문’을 기치로 민주당을 제외한 정치세력을 규합해 대선 판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다. 이들은 이른바 제3지대에서 통합정부 구성을 목표로 한 ‘통합연대’ 플랫폼을 만들 생각인 모양이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 탄핵 반대세력에게 면죄부 주는 연대,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는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양강 중 한 명인 안 후보가 적폐세력과의 연대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선 이상 제대로 불이 붙을 리 없다.

통합도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정농단 세력은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지, 대선의 캐스팅보터가 될 수는 없다. 김 전 대표의 ‘묻지마식 통합’은 수구 기득권 세력이 되살아나는 데 이용만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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