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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경제적 불황, 미·중 갈등 심화, 여소야대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측근 비리, 친·인척 비리로부터 자신의 방어다.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오명과 퇴임 후 구속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 또한 대통령 공약의 주요 항목이자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문제가 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의구심으로부터 개헌 없이 벗어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무총리와의 권한 분담을 가능한 한 제도화하여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를 총리로 할 것인지, 어떤 유형의 사람을 임명할 것인지, 어떻게 내각을 운영할 것인지를 선거기간 동안 국민 앞에 공증받는 것이다. 총리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추천위원회나 여당의 의원총회에서 선출하겠다고 약속할 수도 있다. 공통적으로 총리 선임이나 면직이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대독 총리 지위에서 벗어나 독립적 권한과 위상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통령과 총리 후보는 출신지역 간 조합, 노장의 조화, 정치와 행정 전문가의 보완, 개혁과 안정성향, 보수와 진보, 여야, 남녀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집행력 강화를 위한 일체형 또한 가능하다. 대통령 후보는 이러한 조합 중 자신의 계획을 밝힐 수 있고, 국민은 그것을 통해 더 적합한 대통령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후보는 자기 원칙과 계획을 밝힘으로써 득표력을 배가할 수도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러한 방식은 대통령의 인사권이 제한되고, 총리 교체를 통한 정치적 책임전가의 매력이 줄어드는 단점은 있다. 그러나 헌정사상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온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개헌 없이 분권형으로 시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총리 후보 공개를 통해 대통령 취임 후 인사나 리더십 스타일을 엿볼 수도 있다. 인수위원회를 통한 준비기간이 없는 과도기적 상황에 총리 인준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헌법상 보장하는 국무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는 법치주의의 완성이기도 하다. 헌법상 대통령 권한의 대부분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집행될 수 있고,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의 부의장이자 국무위원을 제청하고 면직을 요청하는 권한이 있다. 국무위원 3분의 1이 반대하면 4대 권력기관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권의 제동이 가능하고, 예산의 편성과 주요 정책의 결정 또한 부결시킬 수 있는 구조를 현행 헌법에서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권형 개헌과 실익을 비교해보면, 총리와의 분권 분야를 명시하느냐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헌법에 명시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 더 많기도 하다. 개성공단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국정 현안은 내치와 외치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총리가 되느냐에 따라 관할 부처의 일률적 구분이 매우 부자연스럽고 비효율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관할 부처는 법률(정부조직법)로 정해서 필요에 따라 개정하는 게 나을 수 있고, 이런 방법은 현행 헌법하에서도 가능하다. 그동안 제기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총리 후보 혹은 총리 인선 방법을 사전에 공개하는 것이다.

임성은 | 서경대 교수·공공인적자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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