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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 들어 벌써 4번째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보란 듯이 도발한 것은 북핵 문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누가 뭐래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엄포나 다름없다. 그러나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망동을 그대로 방치할 국가는 없다. 북한은 도발행위로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심은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어제 북한의 도발 후 “미국은 북한에 충분히 말했다.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단 3줄짜리 성명을 냈다. 이제부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한국 외교부도 ‘자멸’이란 극단적 용어까지 동원해 북한을 규탄했다. 적대와 공격적 언행이 반복되면서 상황이 점점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보이는 주체사상탑이 5일 새벽 불을 밝히고 있다. 평양 _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은 모두 북한이 자초한 것이다. 당초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저강도 도발에 그쳤다고 해서 그 무모성과 부당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넘어 선제 타격과 참수작전까지 대놓고 거론하고 있는 상황을 경시하면 안된다. 트럼프 정권의 예측불가능성을 고려할 때 결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반도를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가는 것은 북한 체제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제재·압박도 언제까지고 감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은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낮춘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다.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렵다.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지 않으면 제재와 압박의 효과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계속되면 강경대응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대화론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북핵 해결의 길은 멀어지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강조해온 중국 입장도 한층 어려워졌다. 북한의 도발 탓에 미국의 강경 대응 입장에 대한 반박논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 협상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북한에 이롭지 않다. 이처럼 어느 모로 보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북한은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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