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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5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김 전 총리 영정 앞에 훈장을 바치고 유족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의 뜻을 전했다. 김 장관은 “관례에 따라 역대 총리를 지낸 분들은 추서를 했다”고 설명했다. 총리를 지낸 경력만으로도 훈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훈을 취소하라는 국민청원이 지금도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오는 등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영정 앞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국민훈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의 복지 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돼 있다. 김 전 총리가 5·16 군사 쿠데타 후 국가 지도자로서 산업화를 주도하고 정치 지도자로서 여러 분야에서 공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훈장을 수여하는 데는 단순히 공적을 기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동체의 이름으로 서훈자를 기림으로써 후대로 하여금 그 행실을 본받게 하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한 훈장 수여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김 전 총리는 5·16 쿠데타를 기획·주도했고,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렸다. 5·16이 전복한 것은 평범한 정권이 아니다.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세운 4·19 민주혁명 정부였다. 비록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처럼 집권 과정에서 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 5·16은 명백한 군사반란이었다. 총칼을 앞세워 헌정질서를 파괴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그리고 중앙정보부를 창설해 민주 인사 탄압을 방치하는 등 쿠데타 이후 실책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런 이에게 정부는 국민훈장을, 그것도 5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의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게다가 공적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훈장을 수여하는 포상의 일반적 절차도 따르지 않고 훈장부터 추서했다.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12·12 군사반란을 이유로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서훈을 취소한 것과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여권이 김 전 총리를 예우함으로써 보수층과의 화합을 도모하려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일정한 그의 공적을 인정하더라도 한 공동체의 가치와 모범을 대변하는 훈장을 받을 만한지는 의문이다. 5·16은 군사 쿠데타로 규정됐지만 쿠데타 주역에 대한 단죄는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에도 5·16은 쿠데타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고, 완전한 역사적 청산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서훈이 시대정신을 올바로 받든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이번 서훈이 못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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