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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최순실씨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아주 평범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이었다(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언론 인터뷰)’는 최씨의 국정농단에 어린 학생들조차 부모에게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니냐 묻고 대학가에선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외신들은 또 하나의 대통령 비서실이 한국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심각한 안보·경제위기 속에 흔들리는 국정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나라가 비상상황임에도 최씨 및 그와 결탁한 청와대 참모들이 보여주는 황당한 문제인식과 후안무치한 행태에 시민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가 26일 오후 독일 헤센주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일보 제공
독일로 도피한 최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을 신의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이 민주 정치체제를 유린하는 심각한 행위임에도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된 의혹과 인사 개입 의혹은 모조리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사과문에서 연설문 유출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것과 유사하다. 대통령 사과문을 가이드라인 삼아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보이지 않는 권력을 위해 봉사한 청와대 참모진에게선 위기감과 절박감을 찾을 수 없다. 국정농단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대통령도 국민 못지않게 피해 입고 마음이 아픈 분”이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더니 27일에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 대해 “일하는 것을 보니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제 눈엔 안 보였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대통령 보고서를 전달하고 국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조력한 정황이 있는데도 무슨 배짱으로 이런 건지 알 수가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 개입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최씨 비리를 방기한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은 과연 이들에게 일말의 공직의식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하게 한다. 청와대를 나오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면 처음부터 공직에 앉지 말았어야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빗발치는 인적쇄신 요구에 대통령이 숙고 중이니 좀 기다려 보자는 식으로 연막만 피우고 있다. 상처받은 민심을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해선 최씨를 당장 소환하고 신속한 인적쇄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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