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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방송인 자니 윤씨가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된 것을 놓고 대선 공신에 대한 보은·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윤씨가 쌓아온 경력과 최근 활동을 살펴볼 때 그의 관광공사 감사 임명은 너무나 상식 밖이기 때문이다. 윤씨는 일찍이 미국에 건너가 방송과 영화계에서 활동했다. 한국에선 오래전 <자니 윤 쇼>를 진행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캠프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방송 경험 외에 관광과 관련된 이력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1989년에는 골프장 캐디 폭행으로 구설에 오른 전력이 있다. 지난해에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한 이중국적자이기도 하다. 팔순을 앞둔 원로 연예인이 공기업 감사 역할을 하는 것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임명 과정에서도 뒷말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윤씨의 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이 파다했다. 사장 공모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낙점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달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면직을 두고 청와대가 요구한 윤씨 인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가 장관에서 물러나자마자 윤씨의 감사 임명이 이뤄진 것이다.

4개월 전 관광공사 변추석 사장 임명 당시에도 보은인사 논란이 있었다. 변 사장 역시 관광산업과는 무관한 대선 캠프 출신이다. 이로써 한국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인 관광공사의 수뇌부를 친박 낙하산 인사들이 접수한 셈이 됐다. ‘관광공사가 아니라 보은공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장도리] 2014년 7월 9일 (출처 : 경향DB)


관광공사 노동조합은 윤씨의 감사 임명에 대해 ‘보은인사의 끝판왕’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아직도 공공기관 사장과 상임감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관광업계의 반응도 싸늘하다고 한다. 관광업계는 세월호 참사에 이은 태풍 여파로 관광객이 뚝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공사에 관광시장 활성화와 무관한 인사의 임명이 달가울 리 없다.

윤씨의 감사 임명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등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외치지만 뒤로는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정부는 문화융성 과제의 하나로 관광산업 지원과 육성을 수없이 강조했다. 하지만 구태의 보은인사가 여전히 계속되는 걸 보면 정부가 내세운 문화융성이 말짱 헛구호만 같아서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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