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통일준비위윈회 첫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여전히 통일준비론의 문제점이 해소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대북지원을 담은 드레스덴 구상을 다시 강조하며 “통일을 이뤄가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기초적인 준비과정”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런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들으라고 하는 연설에서 “자유와 행복을 위해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을 거론하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추위 속에서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관점에서 모욕당했다고 느낄 만한 표현이다. ‘북한 정권이 무능해서 못하는 걸 내가 해결해주겠다’는 식의 제안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 발언 때문에 드레스덴 구상을 반대하며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런 식의 제안에 북한이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응원단 추진본부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추진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하며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출처 : 경향DB)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사안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할 생각이었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한과의 통일을 준비하자는 생각을 당초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 첫 회의에서 여전히 드레스덴 구상의 잘못을 의식하지 못한 채 그걸 ‘통일 준비의 기초과정’으로 제시했다. 만일 이것이 북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적대적 감정 때문이라면 통일 준비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혹시 박 대통령의 이런 감정 상태가 지난달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 결렬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통일 준비는 통일의 상대이자 주체이기도 한 북한과 화해하고 협력하며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함으로써 통일 여건을 조성하는 데 한몫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겨우 체류비용과 북한 국기 사용, 방문단 규모와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로 실랑이하다 결렬로 이르게 한 것은 대규모 통일준비위를 구성한 정부의 자세와 어울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곧 광복절 경축사를 하게 된다. 남북관계에 관한 새로운 선언이나 구상 같은 것을 또 내놓을 필요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하고 비현실적인 준비론·구상이 아니라 북한과 단절된 상태를 복구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게 진정 통일 준비의 자세다. 열린 자세로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받아들이고 남북 불신 해소에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