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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增稅)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에 따른 빈부격차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려면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대권을 잡든 현재로서는 세금 부담을 늘리는 증세밖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조세부담률이 1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4.9%)보다 낮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은 8~9%로 OECD 평균 2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모두 증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증세를 제대로 거론조차 않았던 과거 대선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공약이 공염불로만 그칠 것 같아 아쉽다. 박근혜 후보 측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현 재원을 어떻게 잘 배분할 것인지 따져본 다음 그것으로도 복지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면 세입 쪽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돈이 모자라면 나중에 세금을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당초 부가가치세 인상과 부유세 신설을 검토했으나 논란이 일자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다. 부가세는 물건값이나 서비스 요금에 붙는 간접세로, 전체 세수의 27%에 이른다. 올해만 54조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민주-안철수 증세 입장 (경향신문DB)


문재인 후보는 증세에 가장 적극적이다. 그는 1% 부자증세 방침을 세우고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22%로 낮아진 법인세 최고세율도 25%로 올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법인세는 상위 1%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 80%를 내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부가세 인상에는 반대한다. 부가세를 올리면 물가가 오를 수 있고 취약계층이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안철수 후보는 원래 보편증세(중산층이 소득세를 더 내는 것)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안 후보 캠프가 내놓은 세금 관련 공약은 ‘과도한 비과세 감면을 정상화하고, 탈세 징수를 강화한 다음에도 재원이 모자라면 그때 가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증세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증세를 최후의 카드로 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복지 공약에 필요한 재원 조달방안이나 구체적인 증세방안을 내놓야 한다. 지금처럼 저부담·저복지 형태로 남을지, 아니면 북유럽과 같이 고부담·고복지 형태로 나아갈지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웨덴과 같이 북유럽 수준의 복지를 누리려면 우리는 지금보다 70~80% 이상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조세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방향이 맞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헛된 공약에 그친다는 점을 대선 후보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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