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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의 입시 비리를 고발했다가 해임된 이 학교 전경원 교사에 대해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어제 해임취소 결정을 내렸다. 전 교사는 2015년 8월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하나고가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남학생을 더 많이 뽑기 위해 지원자들의 성적을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교육청 감사 결과 전 교사의 폭로는 사실로 확인됐지만 학교법인은 전 교사가 학교장 허가 없이 외부 강연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10월 해임했다. 비리 고발에 보복한 것이다. 학교법인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소청심사위 결정은 사필귀정이다. 의로운 행동으로 상을 받기는커녕 해직의 고통을 겪은 전 교사는 새 학기부터 교단에 다시 서게 됐다. 선생님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며 안타까워했을 학생·학부모들도 소청심사위의 이번 결정이 위안과 희망이 됐을 것이다.

정부 조직이나 학교의 비리, 대기업의 담합, 금융권 화이트칼라들의 범죄 등은 내부자의 도움 없이 밝혀내기가 어렵다.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내용 또한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의 중요성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협조가 없었다면 특검 수사가 지금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이 24일 '비선 실세'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정지윤 기자

그러나 전 교사 사례에서 보듯 내부 고발자는 조직의 보복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2012년 학교 비리를 제보한 안종훈 동구마케팅고 교사도 해직 통보를 받았고, 2015년 동국대 사태 당시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등을 제기한 한만수 교수도 해직됐다가 천신만고 끝에 복직했다. 삼성은 2007년 차명 비자금 등을 사회에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를 배신자로 낙인찍었고, 현대차는 지난해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에어백 센서 결함과 세타2 엔진의 시동 꺼짐 등의 문제를 언론에 제보한 직원을 가차없이 해고했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부패방지법’ 등은 보상이 미약한 데다 민간 부문 적용이 제한돼 내부 고발자 보호에 한계가 많다. 내부 고발자 보복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비리와 부패가 많다는 뜻이고, 어떤 사회가 내부 고발자 보호와 보상에 취약하다는 것은 그만큼 정의롭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전 교사처럼 옳은 일을 하고도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내부 고발자 보호법’(가칭)을 만들어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부패와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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