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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원내대표가 어제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3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단일 헌법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다음주 초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도 개헌 대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판에 느닷없이 개헌 합의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개헌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선 국면에서 헌법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시민 사이에 일정한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개헌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대선 이후 시민의 뜻을 모으고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권 일부가 뚝딱 합의해 추진할 일이 결코 아니다. 30년 만에 시민의 권리장전을 다시 제정하겠다면서 대선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틈을 이용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불순하다. 게다가 국민의당이 탄핵당한 자유한국당,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바른정당과 손잡고 대선 국면을 호도하기 위해 개헌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정치공작적 행태는 묵과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정당 주호영,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앞쪽부터)가 15일 국회에서 ‘대선 때 개헌안 국민투표’에 합의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까지 남은 55일 동안 개헌안에 합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4년 중임의 대통령제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정부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만 놓고도 장시간 논의해야 한다. 조그마한 법 하나 바꾸는 데도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보내는 정치권이 언제 무슨 수로 합의를 보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개헌을 하려면 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줄 알면서도 제1당을 제외한 것도 의도를 의심케 한다.

출처: 경향신문DB

이처럼 되지도 않을 개헌을 3당과 민주당 일부가 추진하고 나선 의도는 뻔하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위시한 민주당 후보를 이길 방법이 없으니 개헌을 연결고리로 대선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문재인 개헌연대’라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정당당하게 국가를 책임 있게 이끌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경쟁하기 바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이어져 긴급히 대선을 치르는 비상 국면이다. 시민과 정치권 전체가 박 전 대통령 검증의 실패를 뼈저리게 반성하며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개혁입법도 소홀히 한 정치권이 개헌부터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스로 개헌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3당이 진정 나라와 시민을 생각한다면 정략적 개헌 논의를 즉각 중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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