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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어제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날짜를 5월9일로 확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불거진 국정 불확실성이 황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상당 부분 걷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황 권한대행은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입장 표명은 정치적 도의와 세간 평가를 두루 살핀 것으로 보인다.

그간 황 권한대행은 구 여권 인사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낙마 이후 대권 지지율 1위를 유지해왔다. 구 여당 자유한국당은 마지막 여론조사 시작 전까지 후보 추가 등록을 허용하는 경선 특례 조항을 신설, 황 권한대행에게 ‘새치기’ 출마 길을 열어줬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나 그의 출마를 옳지 않게 보는 시각이 엄존했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토록 돼 있다.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탄핵의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는 이유다. 또 차기 정부 출범 때까지 국정을 차질없이 운영할 책무가 있다. 특히 대선이라는 게임에서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그가 선수로 뛰어드는 것에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표명해오던 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 권한대행은 공정한 대선 관리에 진력해야 한다. 정권교체기 공직 기강 해이나 유력 주자 캠프 줄서기 같은 폐해도 막아야 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상황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쳐야 함은 물론이다. 그의 역할은 파면된 대통령의 권한대행, 즉 파산 관재인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대선 일자가 확정되고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안갯속 같던 정치 일정도 명확해졌다. 이제 시민의 시선은 더욱더 정당에 몰리게 됐다. 명운을 걸고 집권을 도모하는 것이야 제 정당의 목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공작, 흑색선전과 명분 없는 짝짓기, 인신공격, 가짜뉴스 배포나 댓글조작 같은 민심 왜곡의 구태가 재연돼서는 안된다. 인물에 대한 선호에만 의존한 ‘묻지마 지지’가 불러온 불행한 사태는 이미 겪어본 바다. 후보자들은 청와대 입성을 원한다면 마땅히 정책과 비전을 내세우고 자신과 세력의 실력을 유권자들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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