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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정권 실세들에 의해 결정됐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경향신문 인터뷰에 당사자들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응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개인의 주장으로 언급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고, 최경환 당시 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개인적 인식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대우조선 처리를 뭉개며 폭탄을 돌려 사태를 키운 것도 모자라 폭탄이 터지니 책임을 돌리며 발을 빼는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홍 전 회장이 경향신문에 밝힌 증언의 핵심은 지난해 10월 당시 부총리·경제수석·금융위원장이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식과 지원액 등 중요 정책을 결정해 통보했으며, 산업은행은 이런 정부정책을 따랐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중요한 것은 경제논리에 충실해야 할 구조조정 문제가 정권 실세들의 정치논리로 처리 방향이 결정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은 베이징에서 경향신문 취재진에게 “‘대우조선이 산은 때문에 잘못됐다’는 한국 내 분위기는 뭘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했다. 그는 “관은 증거를 남기지 않고 지시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압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각각 3분의 1씩 행사한다는 자회사 인사 얘기는 무소불위 권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런 증언은 내막을 모르는 사람은 결코 할 수 없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장을 맡아왔다. 임종룡 위원장이 “산은과 수은 간의 지원금액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내가 조정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정책 결정 뒤의 실행 방안을 조정하는 것이어서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 경향신문 보도 뒤 홍 전 회장은 실세들의 반응에 가슴 졸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세들 사이에서는 변절자로 거론되는 형국이라고 한다. 국가 경제를 우선하고, 시민을 두렵게 여긴다면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뒷얘기들이다.
구릴 게 없다면 당시 정책 결정 과정과 상황을 명백하게 밝히면 된다. 홍 전 회장 역시 관의 결정을 이행하면서 끼친 손실이나 방만 경영, 대우조선 분식회계 관리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는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 작업은 꽉 막힌 한국 경제의 활로를 트는 작업이다. 이런 중요한 작업이 밀실에서, 소수 실세에 의해 진행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들은 대우조선에 천문학적 자금이 어떤 경위로 들어갔고, 어떻게 사용됐는지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무책임과 면피로 일관하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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