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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돌아온 윤창중

opinionX 2016. 6. 9. 13:00

중국 진시황 때 만들어진 <여씨춘추>에 벌성지부(伐性之斧)라는 말이 나온다. ‘타고난 선한 양심을 끊는 도끼’라는 뜻으로 여색(女色)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도끼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북송시대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소동파가 유배지에서 문·책상·허리띠·대야에 기록했다는 4가지 생활상 금기 중에도 수레·골방·기름진 음식과 함께 여색이 등장한다. 소동파가 스스로 이같이 여색을 경계한 결과 후대의 존경을 받는 모범적 정치인이 될 수 있었다면 ‘르윈스키 스캔들’로 임기 말년을 정신없이 보냈던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성희롱 발언이나 성추행에 연루돼 패가망신한 정치인들은 2007년 ‘조철봉’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부터 시작해 최연희·강용석·김형태·박희태까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 중 단연 압권은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 중 인턴직원에 대한 성추행 파문으로 현지 경찰에 신고가 접수돼 조기 귀국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여자 가이드 허리를 툭 한 차례 쳤을 뿐’ ‘알몸상태로 인턴을 맞은 게 아니라 속옷을 입고 있었다’ 등 낯뜨거운 해명으로 오히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결국 그는 기자회견을 끝으로 칩거에 들어갔고 김포 자택 창문을 신문지로 가릴 만큼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비서로 파견한 인턴 여직원 A(21)씨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전대변은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툭 한번 친 것뿐"이라고 말했다._박민규기자


그러던 그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7일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내 영혼의 상처-윤창중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글을 올리며 언론인으로 활동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그들이 싸갈기며 남긴 오물들’ 등 특유의 독설로 그동안 언론보도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동병상련의 감정을 토로하면서 자신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도저히 억울해서 죽을 수 없었다’고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검찰도 단호한 대처를 못하고 KBS는 사장까지 나서 축소보도를 지시했는데 뭐가 그를 그토록 억울하게 만들었을까.

그로 인해 평생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 피해자는 ‘윤창중이란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강진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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