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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합의에 대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거부는 정치의 위기를 의미한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할 것을 요구했고 정부와 정당들은 그 뜻을 받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참사 4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진상규명 절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한 결과이다.
야당은 시민 및 유가족의 의사를 대변해서 여당과 협상을 했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에 실패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야당은 시민 및 유가족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이들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반영해야 했다. 그러나 유가족의 의사를 관철하지도 못하고, 여당 및 유가족과의 타협안을 마련하지도 못한 채 여당과 유가족 양측의 압박을 받으며 진퇴양난의 처지로 내몰렸다.
그러나 야당이 아무리 협상력이 부족했고, 유가족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해도 세월호 참사를 야당과 유가족 간의 문제로 축소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그런 인식으로는 객관적인 진상규명도 할 수 없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대 시민, 정치권 대 시민의 관계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지금 여당은 마치 세월호 참사의 제3자인 양 여야 합의 거부 사태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특별법 협상이라는 작은 게임에서 승리했다고 정치적 승자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가당착이다. 세월호 참사는 집권세력 무능의 결과였다. 집권세력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처음부터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4년 8월 8일 (출처 : 경향DB)
유가족들이 여당이 아닌 야당을 찾아 호소하고 항의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여당은 안도감이 아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그건 정부와 여당에서 국가를 이끄는 세력으로서의 권위와 그에 값하는 책임의식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와 여당이 집권자로서 최소한의 자부심이 있다면 야당 뒤로 물러서 있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청와대 발표는 그런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최고 정치지도자가 국가 최대 현안 해결에 앞장서기는커녕 회피에 급급하다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유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진지한 경청, 충분한 대화가 문제 해결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대통령에게 이 나라 최대 현안을 해결하는 일 말고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없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찾아내겠다’고 다짐한 기억을 상기하며 참사의 제1 당사자로 돌아가 최선의 진상규명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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