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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적어도 세월호특별법 문제에 관한 한 역할이 없다. 새누리당과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을 두 번 모두 세월호 참사 가족으로부터 거절당함으로써 가족들의 의사를 대변할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어떤 형식이든 다시 협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협상을 요구할 명분도 없다. 새정치연합이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집권세력에 부탁하는 일이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야당의 청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유가족을 설득하든지, 합의안을 추인하든지 뭔가 해야 한다”며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더 이상 야당이 역할을 할 공간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를 풀려는 자세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밤샘을 하거나 목숨을 건 단식을 하며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것은 그것 말고 달리 할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이 세상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것처럼 호언하던 대통령, 여당, 야당이 정작 그들이 필요할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백을 듣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이게 바로 4월16일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다. 이렇게 한국의 시간은 4월16일에 멈춰 있다.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반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동조단식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야당이 어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야, 세월호 참사 가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의하자 여당은 즉각 거부했다. 야당이 합의를 깨고 새로 협상하자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다는 이유였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다. 여당은 야당을 비판할 만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건 야당 문제일 뿐이다. 야당을 비판한다고 해서 세월호특별법을 해결해야 할 집권세력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야당에 떠넘겨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결국 집권세력의 문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3자협의체가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이다. 지금 대화 형식을 따질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세력이 세월호 가족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대화하는 일이다. 그래서 가족의 의사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가족을 설득하든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그게 꼭 야당의 일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아니, 사실은 여당이 앞장서야 할 일이다. 여당이 언제까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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