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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7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은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안보 문제만큼은 여야와 정부가 함께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께 희망이 되고 경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야당 대표들의 처방과 해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우리 외교팀 내부의 혼선까지 겹쳐지니 더 불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은 “촘촘한 다층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해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국민의당 안철수(둘째줄 세번째)·정의당 이정미(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둘째줄 네번째) 등이 27일 만찬 회동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안보 위기에 초당적 대처를 다짐하며 5개항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 등이 담겼다. 여야가 안보 위기에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합의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 간 공동발표문 채택은 2년6개월여 만이다. 이들은 회동 이후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예정에 없던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손잡고 ‘안보 협치’의 모습을 보여준 건 시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자리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만이 “청와대 쇼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끝내 불참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외교안보 현안 외에도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에도 유감을 표명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지난 5월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의 회동에서 신설하기로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열리지 못했다. 그만큼 신뢰가 쌓여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잠깐의 만남으로 꼬인 문제가 다 풀릴 수는 없겠지만, 여야 대표가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이상의 좋은 정치는 없다는 점을 이번 회동은 여실히 보여줬다. 모름지기 정치는 상대와의 타협이며,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법이다.

지금은 나라 안팎 상황이 매우 어렵다. 소모적 정쟁으로 시간을 보낼 만큼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다. 안보 위기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일촉즉발이다.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매듭을 풀어야 할 난제들도 수두룩하다. 국내외 상황이 어려울수록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각자 입장과 공통분모를 확인하면서 거리를 좁혀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회동이 그동안 막힌 부분을 뚫고 여야 간 소통과 협치의 틀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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