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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에서 제안한 여야 지도부 회담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의제 문제는 당초의 대북 식량지원에 국한하지 말고 국정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제안을 청와대가 받아들이면서 해소됐다. 하지만 회담 형식을 놓고 황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동’을 역제안하고, 청와대가 “회담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꼬였다. 대신 청와대는 13일 한국당이 5당 대표 회동을 수용할 경우 문 대통령과 황 대표 간 ‘일대일 회동’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타진했지만, 한국당은 일대일 회동을 먼저 하고 3당 회담 또는 5당 회담을 하자고 맞섰다. 양측 모두 회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형식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재가동과 관련해서도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만 참석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5당 참여 원칙을 고수했지만, 그나마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민스럽다”며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한국당이 상황에 따라 약속을 깨고 조건을 바꾸는 게 문제지만, 회담의 꼴에 집착해 대화의 기회를 저버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청와대와 여야 모두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발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청와대 직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생중계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월 국회는 아직 소집 요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필두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입법, 택시·카풀 합의 관련 법안,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등 현안이 산적한데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국회는 장기 휴업 상태다. 국회 파행으로 민생 법안이 방치된 것은 한국당의 태업과 장외투쟁이 근인이지만, 야당에만 전부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교착 정국을 풀어갈 1차적 책임은 여권에 있다.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 정부·여당은 민생 분야에서 입법을 통한 정책 성과를 낼 수 없고, 집권 3년차 국정은 굴절될 수밖에 없다.

국회 정상화의 절박함을 감안할 때 의제와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여야 지도부가 만나 대화하는 게 우선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과거에 여야 영수회담을 했다”며 문 대통령이 황 대표의 ‘일대일 회담’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제안했다. 제안이 성사되려면 한국당도 국회 복귀와 협치를 약속하는 등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청와대의 ‘선 5당 대표 회동, 후 일대일 회담’ 제안도 전향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한국당으로서도 하염없이 장외투쟁에만 매달리기 힘든 게 현실이다. 여야, 청와대가 한발씩 물러나 회담을 성사시켜 정치 정상화의 길을 닦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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