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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경제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다. 저소득·서민들의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면 소비가 일어나고 매출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것이 투자로 이어지면서 경제를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50년간 대기업과 수출 위주의 성장정책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소외층을 양산했다고 보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기존의 틀로는 심화되는 저성장과 양극화를 넘어서기 어렵다고 봤다. 고도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된 저소득·취약계층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기대와 달리 저소득층의 소득은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늘어났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일자리는 연 30만명 수준의 증가에서 10만명 수준의 증가로 하락했다. 정규직·대기업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은 감소했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포함한 가구 간 소득불평등은 확대됐다. 일자리 감소의 충격이 소득하위 계층에 집중된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처방전이라도 용량을 초과해 투여했을 경우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과속이 문제였다. 이는 취약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문재인 정부가 보호하려는 계층이다. 이상을 현실정치에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부분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KBS가 생방송으로 진행한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3년이 남았다. 우려되는 건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최저임금 논쟁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경제과제는 산적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털어내고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는 데 나서야 한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외환위기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5번째로 높다. 상위 1% 계층의 소득 집중도도 상승했다. 이런 추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심화됐다. 수수방관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한국의 불평등 심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모별 격차와 이중구조,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중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순간 ‘철밥통’이 되고 나머지는 ‘루저’가 되는 사회가 정상일 수 없다. 정부는 기업 간 취업형태 간 임금격차와 이중구조의 해소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동 문제도 정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제한적으로라도 인력 구조조정을 허용하되 보완하는 방안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실업급여와 재교육을 받고 재취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불평등 확대는 소득뿐만 아니라 부의 상속에도 기인한다. 누진세제를 포함한 재분배 정책도 확대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곤란에 빠진 개인이나 가구의 재출발을 지원해 재기할 길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소득양극화와 부동산값 폭등에 따른 박탈감으로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가속화하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이는 해체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의 개선 없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공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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