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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좌파는 돈 벌어본 일 없는 사람들이다. 임종석씨(전 대통령비서실장)가 무슨 돈 벌어본 사람인가? 제가 그 주임검사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민생투쟁 대장정’ 첫날인 7일 부산의 아파트 부녀회에서 한 말이다. 1989년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였던 황 대표는 임종석 당시 전대협 의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 이력이 있다. 타깃은 임 전 실장에 머물지 않았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잘산다.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며 소송 걸라고 해서 소송비 받는다. 우파 변호사들은 수임을 잘 못하는데….” 일련의 발언이 검증 욕구를 자극했다. 한국당 웹사이트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황 대표의 장외투쟁을 짚어봤다.

[시사 2판4판]가정의 달 (출처:경향신문DB)

# 시대착오

“제가 임종석씨 주임검사였다.” → 황 대표는 ‘공안통’이다. 지난해 펴낸 책 <황교안의 답>에서도 “인생의 전환점”으로 ‘공안부와의 만남’을 꼽았다. 그러나 1980년대 공안검사 경력은 자랑이 아니다. 당시 그들 중 상당수가 경찰이나 안기부의 고문을 묵인하거나 은폐했다. 지난해 검찰과거사위원회는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검찰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 조작할 기회를 줬다”고 발표했다. 고 김근태 의원 고문 은폐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대공분실의 고문 사실을 인지했으나 안기부와 공모해 이를 은폐했다”고 결론내렸다.

#자승자박

“민변 변호사들이 잘산다. 우파 변호사들은 수임을 잘 못하는데….” → 황 대표는 고검장 퇴임 후 ‘우파 변호사’로 변신했다. 17개월 동안 대형 로펌에서 일하며 약 17억원의 자문·수임료를 챙겼다. 전관예우 논란은 2015년 국무총리 청문회 당시 최대 쟁점이 됐다. 

# 견강부회

“사고 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정말 필요한 에너지원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얘기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 지난해 3800여명이었다. ‘많은 분이 돌아가셨으니 자동차를 폐기해버려라’ 그럴 수 없는 것 아닌가.”(9일 원전 정책간담회) → 교통사고는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원전 사고는 단 한 번에 대도시를 폐허로 만들 수 있다. 고선량의 방사능에 피폭되면 생존한다 해도 유전자 이상이나 암 등의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 가짜 뉴스

① “(패스트트랙에) 우리는 무저항으로 저항했다.”(2일 대전역 집회) “우리 자유한국당 비폭력 저항하고 있는….”(2일 부산 서면 집회) →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대신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으로 보임된 채이배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에게 감금당했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국회 의안과 팩스로 전송되는 법안 서류를 가로챘다.

②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헌법 개정할 때도, 또 중요한 사건 결정할 때 6명이면 다 결정할 수 있다.”(3일 전주역 집회) →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된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며,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 헌재의 기능은 헌법소원·위헌법률·탄핵·정당해산·권한쟁의 사건 심판이다. 개헌과 관련해선 역할이 없다.

③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필요한가. 여론조사를 해봐도 필요 없다는 것이 절대 다수다.”(3일 전주)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공수처 설치법안 찬성이 ‘절대 다수’에 가깝다. MBC 조사에선 찬성이 70.1%로 반대(24.4%)를 압도했다. MBN의 경우 찬성 57.3%, 반대 29.6%로 나타났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7년 9월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찬성 68.7%, 반대 21.5%였다. 공수처 찬성 여론이 오래전부터 높았다는 의미다.

④ “민노총은 뭘 요구해도 다 들어주는데 농민들 말씀은 안 들어주는 정부.”(10일 경북 영천 농업인 간담회) →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2년, 노동정책 평가’를 공개했다. 핵심 정책과제 이행은 제자리걸음이고, 노동행정은 보수적이었으며, 최저임금·노동시간 정책은 취지를 뒤흔드는 수준까지 개악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자기애

지난 11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 가봤다. 황 대표의 연설 도입부가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서 목소리가 제일 좋은 사람이 누구인가. 그런데 지금 목소리가 다 망가졌다. 며칠 전 하루에 다섯 번을 센 연설을 했더니 목소리가 이렇게 됐다.” 앞서 전주와 부산에서도 목소리 자랑을 했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습관적으로 두르는 ‘겸손’이란 외피도 없다. ‘황교안적’ 정치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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