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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들이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노동조합이 아닌 일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총수 일가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잇따른 갑질과 각종 불법·탈법 행위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촛불집회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스톱(STOP)’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촛불집회는 조 회장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온 뒤 만들어진 카카오톡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추진됐다. 채팅방에는 대한항공 직원 2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검은색 계열 옷에 ‘벤데타 가면’ 또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할 예정이다. 회사 측의 불법적 채증과 신분 확인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벤데타 가면’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이 쓴 것으로 저항을 의미한다. 직원들을 머슴처럼 다루고 세습경영으로 회사를 망가뜨리려는 총수 일가를 향한 분노는 촛불집회의 구호인 ‘이게 회사냐!’ ‘물러나라 조씨 일가, 지켜낸다 대한항공’ ‘조양호 아웃(OUT)’ 등에 응축돼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촛불을 들고 나서게 된 것은 전적으로 조 회장 일가의 책임이 크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총수 일가의 밀수와 탈세 의혹으로 번졌다. 직원들은 증언과 제보를 통해 총수 일가의 불법·탈법 행위를 연일 폭로하고 있다. 특히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은 충격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공사장에서 직원들에게 난동을 부리고,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에게 욕설을 퍼부은 이 이사장의 갑질은 차라리 만행에 가깝다.

급기야 소액주주들도 대한항공의 기업가치를 훼손한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해임을 결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통렬한 반성과 함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과거에 반복해왔던 것처럼 여론의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은 그룹 전체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갈 수밖에 없다. 쥐꼬리만 한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도 모자라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가며 총수 일가의 사익만을 추구하는 재벌 기업의 구태를 시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조 회장에게 결단의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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