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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는 매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과 네덜란드,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이 모두 10위권 내에 포진하고 있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대표적인 분권국가라는 것이다. 국가 전체 인구·자본·문화의 대부분이 국토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집약되어 있는 대한민국은 155개국 중 57위에 그쳤다.

지방분권은 조금 ‘덜’ 행복한 대한민국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처방이다. 중앙에서 획일적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그에 따라 지방을 이끌고 가는 국가운영 방식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다만 단순히 지방분권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015년 지방행정연구원 주민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주민이 해당 지역의원, 단체장 및 공무원에 대해서 만족한다는 비율이 30%밖에 되지 않는다. 지자체가 내 지역의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없는 지방분권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분권화 시대를 맞이할 지방자치단체에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주민들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행정역량의 강화이며, 이를 위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평가 제도가 있다. 행정안전부는 2009년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자체가 수행하는 국가사무를 평가해 왔다. 전 국민이 지역적 차등 없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수준(national minimum)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할 주요 국가사무를 정하고, 이에 대한 지자체의 집행과정 및 결과를 평가하고 있다.

다만 기존 평가는 평가에 관한 모든 정보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이어서 분권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기존에는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하였고, 지표 수(數) 자체가 많았다. 이로 인해 지자체는 과도하게 경쟁하고, 중앙에서는 지자체의 부담을 의식하여 최종 결과로서 지표 분야별 평가 등급만을 공개했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도 해당 지자체가 어떤 이유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 결과 지자체에서는 평가 결과를 업무추진에 활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평가 자체를 중앙의 간섭으로 인식하여 왔다. 분권화 시대에도 이러한 평가방식이 계속 유지된다면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주민의 신뢰를 받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권화 시대에 지자체 평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권화 시대의 평가란 ‘주민이 참여’하고 ‘정부는 공개’하는 평가가 되어야 한다. 정부신뢰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행정역량으로 주민에 대한 행정의 개방성(openness)을 들 수 있다. 주민은 평가 정보를 통해 내 지역의 중요한 일을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평가 과정에서 실질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로 광범위한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지자체, 중앙정부 각자의 역할은 명확하다. 지자체는 주민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지역적 특색이 반영되는 사무를 스스로 지표로 개발하고 이를 스스로 평가하되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중앙에서는 전국적 통일성이 필요한 사무만을 평가 지표로 개발하고, 정보공개 플랫폼을 통해 지자체가 공개한 정보를 주민이 보기 쉽게 비교·분석하는 등 평가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행정안전부에서는 평가과정을 자동화하고, 평가지표에 대한 지자체 실적을 주민에게 상시 공개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각종 지방행정정보 공개 플랫폼을 평가시스템과 통합하여 관련 각종 통계도 함께 공개한다. 이러한 시스템적 기반 위에서 중앙-지방-주민 간 합리적인 역할배분을 추진할 것이다.

분권화 시대에는 기존과 같이 모든 정보를 중앙에서 독점하는 평가는 지속될 수 없다. 분권의 가치를 담은 평가제도가 필요하다. 향후 발전되어 나갈 지자체 평가제도에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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