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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등록금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일부를 학생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은 수원대 학생들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원고에게 30만원에서 9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학이 등록금을 받아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하기보다 적립금을 쌓는 데만 치중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기대나 예상에 현저히 미달하는 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것이다. 1심 판결이긴 하나 사학비리 개선과 학생 권리 보호 측면에서 경종을 울린 주목할 만한 판결로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교육 투자에 인색하고 사학비리와 과도한 적립금 축적 등으로 눈총을 받는 것은 비단 수원대만이 아니다. 사립대학들이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으로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뒤로는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156개 사립 4년제 대학 적립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등록금 억제 정책이 시행된 2008년부터 5년 동안 적립금이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수원대는 적립금 총액과 증가분 모두에서 4위를 기록했다.

사학비리와 관련하여 최근 1심 판결이 나온 수원대학교 (출처 : 경향DB)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대는 해당 연도에 착공할 수 없는 건물의 공사비를 예산에 넣어 이월금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용처 불명의 막대한 적립금을 축적했다. 2013년 2월28일 기준 적립금이 약 3245억원에 이르렀다. 교육환경이 열악해지는 건 당연했다. 2011년과 2012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각각 46.2%와 54.4%, 교육비 환원율도 74.2%와 72.8%로 모두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했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는 0.88%, 학생지원비는 0.25%로 수도권 소재 종합대 평균인 2.13%와 2.79%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수원대는 이 밖에도 총장과 이사장의 출장비 부당 지급과 교비회계 전용 등 총 33개 부문에서도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수원대 사례는 용처 불명의 적립금은 위법일 뿐 아니라 사학비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잘 말하고 있다. 이미 제기된 사학비리 의혹을 포함해 검찰이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4년 현재 11조8171억원에 이른다는 전국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의 처리 방향도 분명해진다. 등록금으로 쌓은 막대한 적립금은 교육환경 개선과 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 등의 재원으로 사용돼야 한다. 교육부는 적립금과 관련한 사립대의 위법을 해소하고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인 감사 및 행정지도를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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