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제 서울중앙지법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육감이 지난해 6·4 교육감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것을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한 것이다. 비록 1심 결과이긴 하지만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인 만큼 교육계에 주는 충격과 파장이 만만찮다. 조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교육개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서울의 두 번째 진보 교육감으로 취임한 조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 폐지와 일반고 강화 등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을 펴고 있다.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하는 등 문제가 많은 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성화중학교를 지정취소하거나 청문 대상에 올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가뜩이나 학교·학부모의 반발과 교육부의 견제가 심한 정책인 만큼 이번 판결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혁신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유아 공교육, 학생인권 등 조 교육감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각종 혁신정책도 마찬가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유죄와 함께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항소 뜻을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은 지난 6·4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여권과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한 주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이번 판결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 교육감 직선제 제도 자체에 있다고 보고 거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위헌청구소송을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에 제기해놓은 상태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두 차례밖에 시행하지 않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제와 학교운영위원에 의한 간선제의 문제와 폐단을 충분히 경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제도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답이다.

아직 상급심과 최종심이 남아 있는 만큼 조 교육감의 거취를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을 빌미로 조 교육감이 추진해온 정책의 취지 자체를 흔들어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혁신은 보수·진보 진영을 떠나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정치·이념 갈등을 확대시키는 소모적인 논란도 자제해야 한다.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서울 교육의 여러 정책들은 굳건히 추진될 것이며 다양한 정책들을 열심히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조 교육감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