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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1월8일)에서 “역사는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는 황 장관의 언급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같이 해명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해명자료를 살펴보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국가의 책무성과 오류 없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존재하고 새로운 역사·고고학 자료가 등장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 바로 역사 분야이다. 따라서 ‘오류 없는 사실’이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 무오류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것은 오만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황 장관이 언급한 역사교과서는 곧 ‘정권의 입맛대로 균형을 잡는 역사교과서’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교육부의 시각은 엊그제 경향신문이 역사과 교육과정 각론개발팀의 연구진 17명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즉 연구진 가운데 역사교사 및 한국사 전공자 10명 중 8명이 친정부·우편향 인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비호 논란을 일으킨 교과서 수정심의위원 3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국정교과서 도입에 적극 찬동한 교수, EBS 교재에 박정희 유신 관련 문항을 줄이라는 등의 메일을 집필진에게 보낸 이도 있었다. 또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당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변경,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인사의 제자도 있었다.

성범영원장 3중국교과서 내용 (출처 : 경향DB)


역사과 교육과정 각론개발팀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등의 집필원칙을 정하는 곳이다. 역사교과서의 뼈대를 세우는 곳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학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감각’을 갖춘 학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역사교육의 가치를 다루는 역사교과 전문가들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도입을 고려,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들 위주로 기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학회나 교사단체의 추천을 의뢰하던 관례도 깼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성과 전문성을 결여한 구성이 되고, 고질적인 편향성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될 것은 역사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과목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분야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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