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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영·유아 사교육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어제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영·유아의 총 사교육비 규모가 3조228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무려 22.2%나 늘어난 것이다. 1인당 사교육비도 월평균 10만8400원으로 전년보다 3만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초·중·고생 월평균 사교육비가 3000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육박하는 증가세다. ‘사교육 광풍’이 초·중·고를 넘어 영·유아 단계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 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비판과 분별력이 부족한 영·유아가 ‘상업적 교육 프로그램’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교육 내용이나 과목의 적절성에 대한 공식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 발달의 토대가 형성되는 영·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사교육은 가계 부담 심화뿐 아니라 바람직한 신체 및 정서 발달도 해칠 수 있다. 영·유아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GDP)의 0.3%에 육박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여기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유아 교육을 민간 시장에 내맡긴 채 나몰라라 해온 정부도 책임이 있다.

지역별 1인당 사교육비 차이 (출처 : 경향DB)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개한 자료에는 영·유아 사교육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사교육이 영어에 편중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특별활동의 영어 과목 참여율이 유치원은 63%, 어린이집은 84%였다. 조기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몰입교육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따져 볼 일이다. 사교육 참여가 교육적 필요보다는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겪게 될 불이익 걱정 등 교육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주목된다.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아이가 외톨이로 지낼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학습지를 이용한 선행학습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하니 한숨이 나온다. 학습지가 창의력과 상상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해당 업계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정부가 영·유아 사교육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는 경고다.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기왕의 초·중·고 외에 영·유아 분야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사교육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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