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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DMZ) 내 산불이 났을 때 9·19 남북군사합의 때문에 민간헬기가 지연 출동했다고 최근 주장했다. 군사합의가 비행금지구역으로 헬기를 투입할 때 상대 측에 사전 통보하도록 규정해 놓는 바람에 군 당국이 이를 지키려다 헬기가 제때 출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 의원의 이런 주장을 조선일보가 보도하자 국방부가 나서 “사실관계가 왜곡된 보도”라고 정면 반박했다. 비행금지구역 진입 통보와 헬기 출동은 무관하며, 출동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며 구체적인 시간까지 제시했다. 국방부가 거짓 해명을 하지 않았다면 백 의원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군사합의를 비판한 셈이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사람이 이런 무책임한 주장을 했다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남북군사합의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DMZ 인근 비행은 과거 미군 헬기가 착각 비행으로 월북했다 격추된 것처럼 우발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군사합의 덕분에 이 지역 비행이 더 안전해졌다고 해야 맞다. 더구나 군사합의로 DMZ 내 산불진화헬기 투입 절차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산불이나 응급 환자 이송 등 비상 상황이 닥치면 ‘선 조치, 후 통보’하도록 예외 조항까지 마련해놓았다. 따라서 백 의원이 “헬기 요청 후 투입까지 총 2시간10여분이 걸렸다”는 점만을 들어 군사합의를 비판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백 의원은 지난 16일 강원도 양구 최전방 GP(감시 초소)에서 일어난 장병 총기 사망 사건 때도 같은 이유로 헬기가 뜨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겉으로는 안보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춘 악의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가짜뉴스’로 시민을 선동한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6일 지휘서신 1호를 내려 “남북 군사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군의 대비태세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연하면서도 시의적절한 조치다. 최근 한국당과 예비역 장성들이 남북군사합의를 집중 비판하고 있다. 합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 건전한 비판보다는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결적 안보관으로 남북군사합의와 군의 활동을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안보를 해치는 일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조치에 초당적 지원은 못할망정 방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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