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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3일 새벽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고, 청와대 직원 2명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주문한 지 얼마 안되어 핵심 참모인 의전비서관이 청와대 인근에서 관용차로 음주운전을 했다니 충격적이다. 청와대 기강이 “만취 상태”라는 힐난을 들어도 싸다. 문 대통령은 김 비서관을 직권면직했으나, 이렇게만 끝내고 갈 게 아니다. 우선 음주운전 경위, 동승한 청와대 직원들의 음주운전 방조 여부 등을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적나라하게 노정된 청와대의 기강해이를 냉철히 점검하고, 다시는 유사한 사달이 일어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 운전에 적발돼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오전 "오늘 새벽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음주 운전으로 단속됐다"고 밝혔다. 김 의전비서관은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보고받고 사표 수리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군 휴가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단죄의 여론이 높다. 이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도 발의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면서 처벌 강화를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 비서관부터 이를 어기고, 비서실 직원들도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았다. 과연 청와대에 기강이 있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마구 폭행하고, 경찰서에서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행패를 부린 일이 벌어졌다. 그 사건이 있은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이 발생했다. 이런 것들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집권 중반기를 앞두고 청와대 내부에 스며들고 있는 ‘권력 향유’의 그림자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보다 엄중한 자세로 청와대 비서실의 기강을 쇄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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