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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지난 17일 시험비행 중 추락해 탑승한 해병대원 5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정비 후 시험비행을 하다 약 10m 상공에서 갑자기 추락해 활주로에 떨어진 뒤 전소됐다.

‘마린온’은 한국형 기동헬기로 개발된 ‘수리온’을 해병대의 상륙작전 임무에 적합하도록 개조한 헬기다. 그런데 모체격인 수리온은 2015년 12월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결함과 사고로 안전성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도 지난해 7월 수리온이 결빙성능과 낙뢰보호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엔진 형식인증을 거치지 않아 비행 안전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전력화된 점을 문제 삼아 장명진 방사청장 등을 수사의뢰하기까지 했다. 이런 전력이 있다보니 기체결함이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18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의 메인 로터(회전날개)가 부서진 채 놓여있다. 연합뉴스

해병대는 해군, 공군, 국방기술품질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군 관련 사고는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어왔다. 군이 기밀 등을 이유로 조사결과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결과가 2023년까지 총 28대의 마린온을 도입할 계획인 해병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년 새 천문학적인 규모의 방산비리 실태가 속속 밝혀지면서 군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상황이다. 군은 명예회복은 물론 참변을 당한 5명의 장병과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육군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이후 각급 부대에 배치된 90여대의 수리온 헬기 운항을 전면 중지했다고 밝혔다. 사고를 계기로 소방청, 산림청 등에 도입된 수리온 계열 헬기의 안전성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수리온에 대해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의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됐다”면서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수리온 계열 헬기에서 사고가 난 마당에 고위 당국자의 이런 발언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은 군의 사고조사가 최대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국자들이 말을 아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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