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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런던에 있다. 마틴 엘본, 스티븐 버드, 글랜 메트록 등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을 도와준 영국 음악관계자들과 런던의 유서 깊은 그로초 클럽에서 다시 만나 한 달 전 페스티벌을 기억하며, 내년 행사에 대해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영국 음악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이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정말 대단해. 그 짧은 시간에 그런 멋진 축제를 만들다니. 환상적이야, DMZ 그리고 한국의 음악신 말이야.”

엉뚱하게도 나는 런던에 오기 전에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열풍과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을 집요하게 관찰했다. 빌보드 뮤직어워드 시상식 현장에서 미국의 유명 팝스타를 당혹하게 만들었던 팬들의 엄청난 환호성과 멋진 퍼포먼스, 그리고 BTS 콘서트 티켓을 선물로 받고 대성통곡하는 해외 팬들, BTS의 곡을 틀고 거리에서 수천명의 팬들이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을 보았다. 이 영상을 보면서 우리 세대가 영국의 록 스타를 보며 환호했던 역사를 탈식민화하고, 그 동경과 향수의 감정을 역전시키고 있다는 묘한 쾌감을 얻는다. 오는 10월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리는 BTS의 월드투어 공연은 이미 오래전에 매진되었다고 한다.

팝음악의 성지 런던에서 우리 음악산업과 문화환경을 튼튼하게 만드는 ‘음악도시 서울 플랜’을 다시 꼼꼼하게 읽었다. 나는 지금 음악도시 서울 플랜의 총괄계획자로 있다. 박원순 시장의 민선 7기 대표공약 중 하나인 ‘아시아 최고의 음악도시 서울’은 서울의 음악자원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플랜이다. 이 플랜은 크게 6개의 세부 사업을 갖고 있다. 먼저 창동 지역에 국내 최초로 대중음악전용 공연장인 서울아레나를 건립하고 이 지역에 미래의 음악산업 관련 기업 300개를 유치하며, 음악 비즈니스 스쿨과 대중음악 명예의전당을 만들어 창동 일대를 음악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조성하는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도시 서울의 위상에 걸맞게 강북지역에 클래식 전용콘서트 홀을 만들어 서울시향이 최고의 환경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클래식 음악만이 아니라 국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서울에 온 세계시민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국악을 알릴 수 있는 가칭 서울국악센터 건립을 추진하려고 한다. 클래식과 국악의 안정적인 기반 조성과 함께 현재 도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홍대 인디음악의 생태계를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음악도시 서울 플랜은 이와 더불어 서울 곳곳을 음악적으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강남지역을 K팝 디스트릭트로 조성하고, 이태원이 EDM 음악의 대표 공간으로 될 수 있도록 페스티벌과 기반환경을 지원할 것이며, 현재 추진 중인 한강 노들섬 에코뮤직파크 사업에 음악콘텐츠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에 오면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음악축제를 개최하여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음악으로 다양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부산은 영화도시, 부천은 만화도시, 파주는 출판도시, 판교는 게임도시로 정착하고 있다. 음악은 항상 시대의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기 때문에 주로 대도시에서 발전한다. 서울은 아시아 최고의 음악도시, 매력적인 글로벌 음악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을 충분한 자원과 잠재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음악도시 서울이라는 정체성을 하나의 목표로 삼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는 구체적인 정책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세계 팝음악의 메카인 런던에서 주요 음악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음악도시 서울의 잠재성을 다시 생각한 것은 결코 개인적인 차원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서울은 그럴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고 있고, 한국의 음악자원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 이것이 내가 음악도시 서울 플랜을 책임지고 참여하는 이유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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