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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다. 세월호특별법에 막혀 공전을 거듭해온 국회도 어제 저녁 정상화됐다. 5개월여를 끌며 극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온 세월호 정국이 여야의 벼랑 끝 타협으로 일단 정치적 출구를 마련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야의 합의안은 또다시 세월호 유가족들의 뜻을 배제한 채 이뤄졌다. 유가족들이 여야의 합의안을 공식 거부, 세월호특별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합의는 8월19일 ‘2차 합의안’을 기본으로 특별검사 선정 과정에서 야당의 추천권을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구체적으론 ‘여당 몫 특검추천위원 2명에 대한 야당·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골자로 한 2차 합의안에 ‘특검추천위원회가 특검 후보 추천 시 여야가 합의한 4명 중 2명을 추천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당초 유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여야와 유가족이 합의한 4명’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내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한 친박 강경파들의 반대로 “유가족의 참여는 추후 논의한다”로 후퇴했다.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기소권까지 포기하며 최소한의 진상규명 장치를 바라는 유족들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결과다. 사실 이번 합의를 뜯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2차 합의안’이 사실상 관철된 모양새다. 이런 수준의 세월호특별법을 만드느라 그토록 극심한 갈등을 겪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했는지 허탈할 지경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발표한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타결은 ‘수사권·기소권 절대 불가’라는 박 대통령의 고집 앞에서 현실적으로 관철 방안이 없는 세월호 유족들이 어쩔 수 없이 물러서면서 마련됐다. 결과는 유가족들이 이대로 가다간 특별법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수사권·기소권’을 포기하며 양보안을 내놨으나, 이마저도 묵살당한 셈이다.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는 취지와 목적은 분명하다.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한 명백한 진상규명과 유사한 비극을 막는 재발방지책 마련이다. ‘2차 합의안’ 때도 한계로 지적됐듯이 특별법의 가장 핵심인 진상조사위의 수사권이 빠짐으로써 과연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과 책임 소재를 밝혀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더욱이 특검 추천권 강화 부문도 ‘동의’ ‘합의’ 등의 조건이 달려 있다. 새누리당이 유족의 동의를 존중하지 않고, 합의를 핑계로 야당의 특검 추천권 강화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애초 유가족들이 ‘2차 합의안’을 거부한 것은 특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 큰 이유였다. 이번 여야의 합의안 역시 이러한 유가족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여야가 “추후 논의”로 미봉한 ‘특검 후보군 추천 과정에 유가족 참여 보장’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특별법으로는 ‘세월호 이후’로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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