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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개월이 넘도록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못하고 국회 정상화를 지체시킨 데는 누구보다 집권당의 책임이 크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으로 발생한 것이고 현재의 교착 국면은 진상 조사에 소극적인 집권세력이 초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당으로서 이런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전혀 자기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지난 26일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강행하려다 30일로 미루어지자 정의화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면서 화풀이를 하고 있다. 가능한 한 여야가 함께 등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장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다. 의장은 집권당의 대리인도 아니고 꼭두각시도 아니다. 의장이 집권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집중 공격하는 것은 공당의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 집권당으로서 책임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일에 집중하기보다 30일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여야 간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30일 이전 여야 협상이 없다고 미리 못을 박았다. 여당은 야당이 세월호특별법 당론을 먼저 정하고 지도부에 권한을 위임하라는 등 사실상 야당의 항복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어제 여야 간 당대표 회담을 갖자는 제의를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 새누리당은 권력을 쥐고 있으니 아쉬울 게 없다는 식이다.

26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제3차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본회의장 야당석은 야당의원들의 불참으로 텅 비어있다. (출처 : 경향DB)


세월호 유족 측은 “수사·기소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진상 조사라는 목표에 이견이 없다면 새누리당이 그에 합당한 방안을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여야 간 대화도 해보기 전에 2차 합의안을 고수하겠다는 선언으로 진상 조사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님을 스스로 내비쳤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2차 합의안에서 더 양보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인 듯하다. 이는 조사 대상인 대통령이 자기 조사를 면하기 위해 개입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집권당은 어떤 합리성에도 눈을 감고 꼼짝달싹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7시간은 국회 마비를 감수하고 정국을 경색시키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덮는 한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성역인가. 진상 조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가도 좋다는 발상이 걱정스럽다. 새누리당은 야당에 떠넘길 생각을 말고 집권당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대통령도 설득하겠다는 주도적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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