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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어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한 시민운동가의 습격으로 부상을 당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한국의 동맹국 대사가 도심에서 습격을 당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낳은 아들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줄 만큼 한국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한국인의 친구가 되고자 노력했던 그가 무자비한 공격을 받은 것은 개탄할 일이다.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문화단체 ‘우리마당’ 대표라고 자처하는 김기종씨는 그동안 과격한 행동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그는 “외국사절 폭행 등 전과 6범”으로서 상습적으로 주한대사관 직원들을 공격했다고 한다. 2010년에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독도 문제로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조각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리퍼트 대사 습격 때는 통일에 방해된다며 “한·미 군사훈련 반대”를 외쳤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그는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인물로 추측된다. 물론 그도 그의 논리와 주장을 펼 수 있다. 그러나 흉기를 들고 외국 대사의 목숨을 노리는 것은 어떤 수식이 필요 없는 습격행위이다. 한국 사회가 그걸 용납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미국 CNN 방송이 6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 사건을 두고 공연히 야당을 공격했다. 제1야당 대변인이 김씨를 ‘극단적 민족주의자’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미화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어를 이해하는 사람치고 그 표현을 미화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황당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김무성 당 대표도 “테러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며 한발 나아갔다. 아직 진상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1인의 행위를 ‘세력’이라고 단정지은 그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분열을 조장하고 정쟁을 부추길 생각이 아니라면, 냉정하게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나 여야 정당, 시민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어떤 명분도 습격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어떤 습격도 관용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그래서 진보성향이든 보수성향이든 자기의 이념을 위해 남을 해치는 야만적 행위가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건 미국의 외교정책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와는 다른 문제이다. 자기의 의사를 폭력에 의존해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여당과 야당의 차이,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넘는 대원칙임을 안다면, 이번 습격으로 한국 사회가 갈등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빈다. 그가 다시 밝은 얼굴로 한국인과 만나는 장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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